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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의 등장
2025년 6월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약국'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작은 규모 약국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의약품 유통 모델로, 국내 약국 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메가팩토리약국이란?
약 430㎡(130평) 규모의 대형 매장에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용 의약품 등 약 2,500개 품목을 진열해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약국입니다. '약국계의 코스트코'를 지향하며, 고객이 마트처럼 쇼핑카트를 이용해 직접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셀프 쇼핑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주요 특징:
매장은 지상 1층 단층이지만 높은 층고로 천장이 탁 트여 있어 개방감을 제공하며,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쇼핑카트와 장바구니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해열·진통·소염 등 51개 분류로 나뉜 의약품이 진열되어 있으며, 파스 80여종, 종합감기약 50여종, 밴드형 반창고 100여종 등 품목이 다양합니다.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반응
창고형 약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존 약국 대비 저렴한 가격입니다. GC녹십자 해열진통제 '탁센 아세트아미노펜정 500mg'의 경우 일반적으로 3,000원에 판매되지만 이곳에서는 2,000원에 판매됩니다. 일부 진통제나 상처용 연고는 일반 약국보다 각각 1,000원, 2,500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메가팩토리약국은 3,000~5,000원대 소포장 건강기능식품을 단독 출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루테인, 비타민D, 쏘팔메토, 오메가3 등 식약처에서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로 구성된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의 반응
60대 주부 김씨는 "소화제를 많이 사두는 편인데, 다양한 제품을 보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으며, 한 노부부는 "약은 늘 주는 대로 받아왔는데, 이렇게 여러 제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상담까지 받으니 더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성남 창고형 약국의 운영 철학
메가팩토리약국 정두선 대표(약사)는 "메가팩토리약국은 5년 전부터 기획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환자들도 변했다. 가격을 중시하면서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하여, 필요한 약이 없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보다 많은 상품을 매장에 구비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성 확보 방안
메가팩토리약국은 대표인 정두선 약사와 약사 두 명이 근무하며, 약사가 매장 안을 상시 돌아다니며 환자들에게 복약 지도와 복약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여드름약에 대해 문의하자 약사가 "두 약의 성분이 같으니 더 저렴한 걸 고르라"고 조언하며, 다른 고객에게도 약 효능과 복용법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약사 사회의 우려와 대응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약사 사회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약사회는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으며, 약사회 소속 한 약사는 "서울·분당·용인 등 인근 상권을 다 빨아들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창고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 지역 약사는 "이런 방식의 약국이 늘어나면 인근 소규모 약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의약품은 필요할 때만 복용해야지, 쇼핑처럼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입장과 법적 검토
보건복지부에는 해당 약국과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접수된 상태이지만, 복지부는 현재까지 이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가 약에 대해 설명하고 판매한다면 약사법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민원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사례와 시대적 흐름
창고형 약국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오래전 자리 잡은 모델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메가팩토리약국이 미국의 CVS·월그린 같은 드러그스토어처럼 운영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도 일반 약을 파는데,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창고형 약국이 가져올 변화
의약품 접근성과 선택권 확대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의약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의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가격 투명성과 경쟁 체계 도입
모든 제품 아래에 마트처럼 가격표가 붙어있어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검색·비교하며 의약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약국의 불투명한 가격 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국 업계의 경영 혁신 촉진
정두선 대표는 "메가팩토리약국과 같은 창고형 약국이 생겼다고 해서 약국간 과당 경쟁이 심화되거나 다른 약국들의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본다. 유통이라는 건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남 창고형 약국의 미래 전망
성남에 문을 연 메가팩토리약국은 국내 약국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약국가의 개국률 증가와 맞물려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가팩토리약국은 포화상태에 직면해 생존을 고민하는 동시대 개국약사들에게 약국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창고형 약국 모델이 확산될지, 아니면 기존 약국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지는 시장의 반응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변화하는 약국 생태계의 시작
성남에 등장한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는 단순한 새로운 약국 모델을 넘어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 산업의 혁신을 상징합니다.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가격 투명성 증대라는 긍정적 측면과 기존 약국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약사의 전문성과 환자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성남의 창고형 약국이 이러한 균형점을 찾아 국내 약국 업계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